인천대공원 동물원 인근 '기차왕국박물관 Cafe'에 가면 40여년간 모형 기차를 만들어 온 장인을 만날 수 있다. 기차 왕국을 꿈꾸며 황동 조각으로 모형 기차를 만들어 온 이현만(61)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평생을 걸어온 기차 모형 제작의 시작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뛰어나 만들기를 좋아하던 이 씨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기차 부품 제작 회사에 취업했다. 실제 기차의 부품을 만드는 줄 알고 들어간 회사는 알고 보니 모형 기차를 제작하는 회사였다. 기대와 달라 실망이 컸지만, 이후 10년간 모형 기차를 제작했고, 공장에서 찍어내는 장난감이 아닌 진짜 기차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10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나와 부천에 작은 공장을 마련한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그는 모형 기차 제작 외길인생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은 30년을 훌쩍 넘겼고, 현재는 해외의 기차 모형 마니아 사이에서는 이 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형 기차 제작 분야의 유명인이 되었다.
박물관 겸 카페로 오는 25일(2017년 11월) 재개장을 앞둔 ’기차왕국박물관 Cafe’에는 이러한 이 씨가 평생 만들어 온 기차 모형들이 가득하다. 영국의 목탄 증기 기관차부터 1950년대의 미국의 우편물 수송용 기차, 일본 국유 철도 EF 66형 전기 기관차에 현재 운행 중인 기차까지 총 260여종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기차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정교하게 제작된 외부 모형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부의 테이블, 칸막이, 석탄을 넣는 보일러실, 문에 달린 경첩까지 실재 기차와 동일하게 만들어졌다. 모형 제작에 평생을 쏟아온 세월의 무게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모든 기차는 내부에 설치된 모터를 전기로 작동시켜 움직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기차가 아니다"는 이현만 씨만의 철학에 맞게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기차 모형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박물관 중앙에 설치된 '철도 마을'과 외벽의 ‘순환 철로’에는 증기 기관차 특유의 굉음과 함께 기관차들의 일주가 이어진다. 그는 "기차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박물관을 찾으면 자리를 떠나기 쉽지 않을 겁니다"고 웃으며 말했다.
━ 전 세계에서 제작 의뢰를 받는 기차 모형 장인
국내보다 해외 마니아들 사이에서 더 인정받고 있는 그의 작품은 국외의 기차 모형 회사가 기차 모델을 선정하고 공동 구매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판매된다. 수출국은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 다양하다. 보통 한 번에 100여대 이상 주문 의뢰를 받고, 작업에 착수하게 되면 설계 도면과 함께 실물 기차 사진을 건네받아 초기 모델을 제작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아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
기차의 부품은 황동을 주재료로 삼아, 외관과 내관에 사용되는 부품 원형을 모두 직접 제작한다. 보통 기차 한 대를 제작 하는 데에 1500~3000개가량의 부품이 필요하다. 금형 작업과 납땜 작업을 거쳐 기차의 내부부터 조립해서 완성해 나가는데, 완성까지는 종류에 따른 편차가 있지만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소요된다. 이때 발생하는 제작 여건과 완성품에 퀄리티에 따라 판매 가격이 조정된다. 이후, 박물관에 보관을 위해 수량을 한 둘 정도만 더 추가로 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차 모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이 씨는 미국의 초대형 기관차 '빅보이'를 꼽았다. 실제 크기의 1/16의 사이즈로 제작된 이 기관차는 초기에 4대의 제작 요청이 있었으나, 시간과 인력의 부족으로 제작 요청을 거부했고, 보관을 위해 한 대만 제작되었다. 무려 5년에 걸쳐 제작된 '빅보이' 기관차는 무게가 200kg이고, 길이는 225cm에 달한다. 기차의 완성 후 독일의 'BILD' 지는 이 씨를 '빅보이'의 제작자로 소개했고, 미국 철도회사인 유니언 퍼시픽에서는 박물관 전시를 위해 2억여 원에 구매를 문의하기도 하였지만 팔지 않았다. 그의 기차 모형에 대한 남다른 애착 때문이었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한평생 기차 모형을 만들어 온 이유를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무뚝뚝한 말투로 "제작이 까다롭고 시한이 오래 걸리는 기차를 만들 때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넘어서서 작품을 완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죠. 그 성취감이 제가 40여년간 기차 모형을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목표로 기차 모형을 넘어 콜럼버스 우주 발사대를 제작할 것이며, 이미 착수 단계를 거쳤다 이야기했다. 몸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모형을 제작하겠다는 이현만 씨는 "언젠가는 같이 일해온 동료 직원들에게 일을 물려주고 싶다"고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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